두위봉(斗圍峰 1,465.8m)/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신동읍
2012. 12, 15(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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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아리 ♪ ~ 정선.. 강원도 오지~ 정선아리랑의 고장~
산 모양새가 두리뭉실하여 주민들은 두리봉이라고 부르며, 주능선에 철쭉이 많아 매년 6월 초에 철쭉제가 열린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목이 자리잡고 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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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몇 십 년 만의 한파가 뒤덮더니 어제는 때 아닌 겨울비가 추적추적 많이도 내리고..
오늘 아침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버스로 오는 내내 안개는 자욱하고 하늘은 어둑어독 좀처럼 열릴 기색이 없다.
그래도 오후에는 해가 좀 보인다 했으니.. 한 가닥 기대를 갖고..
도사곡 휴양림 입구 들머리.. 버스는 올라오다 얼어붙은 길에 더 이상 진행을 못하고..
봄날처럼 너무도 포근한 날씨.. 바람도 한 점 없다.
겨울산행은 춥고 바람도 매서워야 제맛인데.. 오늘은 상고대 보기는 힘들겠다 싶다.
사람 마음은 간사해서 추우면 춥다고 불평..
포근하면 포근하다고 불평...ㅎㅎ 나만 그런가?
완만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등산로..
따뜻한 날씨와 어제 내린 비로 쌓인 눈은 물기를 잔뜩 머금고 힘 없이 축 쳐진 모습..
포근한 날씨지만.. 앞 사람 발자국만 쫒아 가는 심설산행이다.
오랜만에 눈이나 실컷 밟아보자..
샘터 주변에는 눈이 녹아있다.. 몇 모금 들이키니 역시 물맛 좋고..
오를수록 자욱한 안개속...
날이 춥고 바람 불면 나뭇가지에 찬란한 꽃이 될텐데..
몽롱한 꿈속을 거닐고 있는 듯.. 몽환적 분위기..
멀리 보이는 것은 없어도 수묵화 여백 속으로 걸어가듯.. 포근한 이불 속을 헤메듯..
드디어 최고령 주목이 거처하는 울타리 대문이 보이기 시작..
도사곡 입구 들머리에서 약 1시간 50분 정도 걸렸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장수를 자랑하는 주목..
여기 있는 주목은 1,400 살이 넘었지만 모습을 보니 아직 청춘이다.
아마 살아 5천 년은 너끈할 듯..
이에 비하면 인간은 불과 몇 십 년을 살면서도 아둥 바둥..
그래도 머리 속에는 하루에도 몇 겁의 시공을 넘나드니.. 인생 짧은 것 만도 아니다.
안개속이라 별로 볼 것도 없다 서운했는데..
노거수 주목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만족이다. 안개속이라 더욱 운치 있고 신령스런 모습이다.
단단한 근육질.. 이 정도는 돼야 오래 살지..
약 2 시간 만에 주능선 도착..
기대하지 않았던 상고대까지 보인다. 정상으로 향하면서 다시 설렘으로 가슴이 뛰기 시작...
능선에도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하니 높은 곳에 자리잡고 점심..
막 펼치고 한 잔 하려니 구름이 갈라지고 하늘이 .. 아니 땅이 잠시 열린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태백인지.. 함백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조금만 살짝 보여주고 이내 닫혀버린다.
오후에는 서서히 걷히기를 기대 했지만 기우였다. 해를 품은 안개와 구름이 이날은 하루종일 놓아줄 줄 모른다.
나신들.. 오늘은 벗고 있어도 전혀 추워 보이지 않는다.
추우면 서리꽃, 눈꽃이라도 걸치고.. 오늘같이 포근하면 벗어던지면 되고..
몇 개의 헬기장 같은 곳을 지나 드디어 암릉이 보이니 정상인가 보다.
정상에 올랐지만 천 길 낭떠러지만 겨우 보이고..
안개는 전혀 걷힐 기색이 없다. 시원한 조망에 대한 아쉬움이..
당초 계획은 자미원으로 하산하는 것인데 버스가 빙판길로 진입하기 힘들다고 자뭇골로 내려서란다.
자뭇골로 내려서는 길도 상당히 눈이 많이 쌓여있다.
약간 미끄럽긴 하지만 적당한 탄력이 있어 좋고, 발목까지 감싸는 푸근한 느낌도 좋고, 밟는 소리도 좋다..
맨바닥 너널길 보다는 눈 쌓인 산길이 훨 낫다.
많이 내려왔다 싶은데 아직도 1,175m 높이..
900 고지가 넘는 곳에 웬 경운기와 드럼통?
아마 폐광터에 남아있는 녹슬은 발동기와 탄차 같기도 하고..
때 아닌 포근한 날씨에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심설산행을 즐긴 하루..
그래도 무언가 아쉬운 것은 기대를 했던 정상에서의 시원한 조망과 환상적인 상고대를 만나지 못한 때문인듯..
아쉬움 보다는 매사에 만족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늘 비우고 나누면서 욕심 없이 살라 하지만.. 실상은 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내려와서도 제설이 덜 되어 마을까지 버스가 들어올 수 없으니
30여 분을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간다.
오지에도 요즘은 이렇게 예쁜 펜션단지가 곳곳에..
자뭇골 입구, 38번 도로까지 나와서 산행 종료..
정선으로 이동, 곤드레나물밥으로 뒷풀이 후 귀경.. 비가 와서 그런지 늘 막히던 영동고속도로가 뻥 뚫려 시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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